주말 저녁, 느긋하게 소파에 앉아 TV를 보며 '아,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하던 찰나였어요. 갑자기 오른쪽 아랫배를 '쿡' 찌르는 듯한, 기분 나쁜 통증이 찾아왔습니다.


"어...?"


처음엔 그냥 '가스가 찼나?' 싶어 자세를 바꿔봤어요. 하지만 통증은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묵직하고 싸하게 저를 괴롭히기 시작했습니다. 그 순간, 머릿속을 스치는 단 하나의 단어.


'...맹장염?'


건강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수많은 질병 정보를 다뤄왔지만, 막상 제게 닥치니 눈앞이 캄캄해지더군요. 인터넷 검색창에 '오른쪽아랫배통증'을 쳐보는 제 손가락이 바빠지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이웃님들도 아시다시피 인터넷은 답을 주지 않죠. 오히려 '맹장염', '난소 낭종', '요로 결석' 등 무서운 이름들만 제 불안감을 증폭시킬 뿐이었습니다.


결국 저는 한밤중에 옷을 주섬주섬 챙겨 입고 응급실로 향했습니다. 오늘은 그날의 아찔했던 경험과 함께, '단순 복통'으로 넘기기 쉬운 오른쪽아랫배통증이 우리 몸에 보내는 위험 신호일 수 있는 이유에 대해 제 경험을 바탕으로 솔직하게 풀어보려 합니다.


"그날 밤, 응급실이 저에게 가르쳐준 것들"

1. "참으면 낫겠지"라는 가장 위험한 생각

사실 통증이 시작되고 응급실에 가기까지 3시간 정도를 망설였어요. "이 정도로 응급실 가는 건 유난 아닐까?", "분명 그냥 소화불량일 거야."


하지만 통증의 양상이 조금 달랐습니다.


점점 더 아파오는 느낌 (가만히 있어도 묵직함)


걸을 때 울리는 느낌


(저의 경우) 열이나 구토는 없었지만, 식은땀이 살짝 났습니다.


블로거로서의 촉이랄까요? '이건 그냥 넘길 신호가 아니다'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결과부터 말씀드리면, 다행히 저는 '맹장염(충수염)'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의사 선생님은 "이렇게 비슷한 증상으로 망설이다가 '골든타임'을 놓치는 분들이 정말 많다"라며 제 빠른(?) 방문을 칭찬해 주셨죠.


2. 왜 하필 '오른쪽 아랫배'가 중요할까?

우리 몸의 오른쪽 아랫배, 즉 우하복부에는 정말 중요한 장기들이 모여있습니다. 그래서 이곳의 통증은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열어두고 봐야 해요.


그날 응급실에서 CT와 피검사를 하며 의사 선생님께 들었던 '의심 질환 리스트'를 공유해 드릴게요.


[반드시 포함되어야 할 내용 1: 가장 무서운 '맹장염']


가장 먼저 의심하고, 가장 빨리 배제해야 하는 1순위입니다. 바로 **'급성 충수염(맹장염)'**이죠.


체크 포인트!


초기 증상: 처음부터 오른쪽 아랫배가 아픈 게 아니라, 명치나 배꼽 주변이 체한 것처럼 더부룩하고 아프기 시작합니다.


이동성 통증: 시간이 지나면서(몇 시간 내) 통증이 서서히 오른쪽 아랫배로 옮겨가는 것이 전형적인 특징입니다.


기타 증상: 미열, 구토, 식욕 부진이 동반될 수 있습니다.


맹장염은 터지기(천공) 전에 수술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설마..." 하고 참다가 복막염으로 번지면 정말 큰일 나는 거죠. 저 역시 이 '이동성 통증'이 아니었기에 맹장염 가능성은 낮게 봤지만, 그래도 확인은 필수였습니다.


[반드시 포함되어야 할 내용 2: 여성이라면 '산부인과' 문제]


남성분들과 달리, 여성의 오른쪽아랫배통증은 훨씬 더 복잡합니다. 바로 오른쪽 난소와 나팔관이 위치해 있기 때문이죠.


저의 경우, 맹장염이 아니라는 진단 후 의사 선생님이 가장 먼저 물어보신 것이 "최근 생리 주기가 어땠나요?"였습니다.


난소 낭종 (Ovarian Cyst): 난소에 물혹이 생기는 것으로, 이게 꼬이거나(염전) 터지면(파열) 맹장염과 맞먹는 극심한 통증을 유발합니다.


골반염 (Pelvic Inflammatory Disease): 자궁, 나팔관, 난소 등에 염증이 생기는 것으로, 지속적인 하복부 통증과 냉대하 등을 동반할 수 있습니다.


자궁외 임신 (Ectopic Pregnancy): (가임기 여성이라면) 이건 정말 응급 중의 응급입니다. 수정란이 자궁이 아닌 나팔관 등에 착상하는 것으로, 파열 시 대량 출혈로 생명이 위험할 수 있습니다.


저의 경우는 다행히 심각한 건 아니었고, 배란기 즈음 난소가 일시적으로 부어 생긴 '배란통'이 심하게 온 경우일 수 있다는 소견을 들었습니다. 하지만 CT를 찍기 전까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였죠.


3. 맹장도, 난소도 아니라면? '의외의 복병'

만약 위 두 가지가 아니라면, 또 다른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합니다.


요로 결석 (Ureteral Stone): 신장(콩팥)에서 만들어진 돌이 소변 길(요관)을 따라 내려오다 걸리는 경우입니다. 보통 옆구리 통증이 심하지만, 돌이 내려오는 위치에 따라 오른쪽 아랫배에 극심한 통증이 생길 수 있습니다. (정말 상상초월의 고통이라고 하죠.)


과민성 대장 증후군 (IBS) 및 장염: 스트레스나 특정 음식으로 인해 장이 예민해져 가스가 차거나, 장에 염증이 생겨도 오른쪽 아랫배가 아플 수 있습니다.


저의 그날 밤 소동은 '급성 장염'과 '배란통'이 겹친 해프닝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수액을 맞고 약을 처방받아 귀가했죠.


하지만 그 경험은 저에게 아주 중요한 교훈을 주었습니다.


'내 몸의 신호'에 유난 떠는 용기

"유난스럽다"는 소리를 들을까 봐, 혹은 "별거 아닐 거야"라는 스스로의 안일함 때문에 우리는 몸이 보내는 소중한 신호를 무시하곤 합니다.


특히 오른쪽아랫배통증처럼 그 원인이 너무나도 다양한 부위는, 절대 자가진단으로 결론 내서는 안 됩니다.


저의 오른쪽아랫배통증 경험처럼, 이웃님들도 몸이 평소와 다른 '경고'를 보낸다면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전문가를 찾아가세요. 별일 아니면 다행인 거고, 만약 '혹시나'가 '역시나'가 된다면, 그 빠른 판단이 여러분의 '골든타임'을 지켜줄 테니까요.